2024년 11월, 폴리마켓의 대선 마켓을 지켜본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목격했을 장면이 있습니다. 개표가 진행되던 그날 밤, 해리스에 크게 실려 있던 수많은 지갑들이 순식간에 무너지는 풍경입니다. 그 중 한 명이 오늘의 주인공, Erasmus 입니다.
1. 한때 수백만 달러가 사라졌던 밤

폴리마켓 사상 가장 큰 마켓이었던 '2024년 미국 대선 최종 승자는 누구?'. 마지막 페이지를 장식한 건 도널드 트럼프 였습니다. 누적 거래량만 36억 달러. 그 중 상당한 금액이 대선 전날 밤까지도 해리스 쪽에 실려 있었고, 개표가 진행되는 몇 시간 사이에 숫자가 뒤집히면서 수많은 고래 지갑들이 한꺼번에 증발했습니다.
Erasmus의 지갑도 그 중 하나였습니다. 그는 해리스 당선에 큰 비중을 싣었으나, 결과는 트럼프의 승리였습니다. 대선 직후 그의 누적 손익은 한때 -200만 달러를 넘긴 것으로 전해집니다. 일반 유저라면 평생 한 번도 구경해보지 못할 규모의 손실이었습니다.
2. 포기하지 않은 남자

보통 이 정도 손실을 본 지갑은 둘 중 하나로 끝납니다. 잠수를 타거나, 남은 잔고로 무리한 한 방을 노리다 0이 되거나. 그런데 Erasmus의 선택은 달랐습니다.
차트를 가만히 따라가 보면 이야기가 읽힙니다. 2024년 말 한 차례 수직으로 꽂혔던 PnL 라인이, 이후 1년이 넘도록 조금씩, 하지만 꾸준히 위로 올라오고 있습니다. 그는 사라지지 않았고, 사이즈를 줄이지도 않았습니다.
Predictfolio 기준 누적 거래량은 1억 2,700만 달러, 참여한 마켓 수는 693개, 현재 운용 중인 포트폴리오는 95만 달러 규모입니다. 대선 직후에도 트레이딩 엔진을 켜둔 채, 포지션을 계속 돌려가며 손실을 깎아내는 쪽을 택한 것입니다.
Polymarket 프로필 바이오에는 이런 한 줄이 적혀 있습니다. 그는 -200만 달러 손실 이후, 이를 메꾸는 미래까지 본 것일까요?
예측 시장은 미래입니다. 미래라는 게 존재한다면요.
3. 어떻게 메꿨나? 반격의 주요 트레이드

Erasmus의 최근 포지션들을 열어보면 한 가지 공통점이 보입니다. 전쟁, 체제 붕괴, 경기 침체, 유가 쇼크같이 헤드라인이 자극적일수록 마켓의 가격이 부풀려지는 순간을, 그는 일관되게 반대쪽에서 잡아왔습니다. 대표 케이스를 몇가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3-1: 이란 체제 붕괴 시리즈, NO
2026년 4월 30일까지 이란 체제가 붕괴할까? — NO 포지션. 보유 규모는 약 69만 주, 평균 매입가 $0.8645. 현재 NO가 86.7%까지 올라오면서 평가 이익만 +$77,758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2026년 6월 30일까지 이란 체제가 붕괴할까? — NO 포지션. 평균가 $0.7668, 실현 수익 +$12,367, 평가 이익 +$14,665.
2027년 전까지 이란 체제가 붕괴할까? — 같은 방향의 NO 포지션. 평균가 $0.6032, 평가 이익 +$22,078.
미국과 이란이 2026년 4월 7일까지 휴전에 합의할까? — YES 포지션, 평균가 $0.6144. 휴전 기대가 무르익을 때 들어가, 실현 수익 +$68,727을 확정했습니다. 이란 체제 붕괴 NO와 같은 "중동 관련" 테마이지만, 방향을 반대로 타서도 이익을 뽑아낸 케이스라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중동 체제 변화는 언론 헤드라인으로는 매번 "올 것 같지만", 실제 현실에서는 거의 오지 않는 대표적인 카테고리입니다. Erasmus는 그 간극을 여러 만기에 걸쳐 반복적으로 수확하고 있습니다.
3-2: 텍사스 공화당 예비선거, 정확한 후보 교체 포착
켄 팩스턴이 2026년 텍사스 공화당 예비선거에서 이길까? — NO 포지션, 평균가 $0.4663. 이미 실현 수익 +$35,973. 팩스턴이 주목을 받던 구간에 NO를 쌓아, 바람이 식는 과정에서 이익을 확정한 케이스입니다.
3-3: 한 방이 아니라, 작은 승리 수백 건
위에서 본 6~7만 달러대 트레이드 몇 건만 쌓아도 그럴듯한 수익이 나오지만, 200만 달러짜리 구멍을 메우기엔 여전히 턱없이 부족합니다. Erasmus의 진짜 회복 동력은 이런 굵직한 트레이드 몇 건이 아니라, 693개 마켓에서 굴린 1억 2,700만 달러 규모의 반복 거래 그 자체입니다.
그는 한 방을 기다리지 않았습니다. 대선 이후 나왔던 거의 모든 "공포 마켓(예: TikTok 금지, 연준 금리 결정, 미국 정부 셧다운, 트럼프 조기 퇴임, 뉴욕 시장 선거)에 반복적으로 들어가, 대부분의 경우 극단적으로 부풀려진 YES/NO 가격의 반대쪽을 잡았습니다. 평균적으로 맞았고, 가끔 크게 맞았고, 틀렸을 땐 빠르게 접었습니다. 그 결과가 지금의 완만한 회복 곡선입니다.
4. 고생 끝에 낙이 온다, 양전을 눈앞에 둔 Erasmus
2026년 4월 8일 현재, Predictfolio 기준 Erasmus의 누적 PnL은 -$55,000 까지 왔습니다. 곧 양전을 코앞에 두고 있죠.

양전까지 남은 거리는, 이 사이즈의 트레이더에게는 평범한 한 주짜리 트레이드에 지나지 않습니다. Predictfolio 화면 하단의 2026년 4월 캘린더에도 이미 초록색 날들이 빨간색을 압도하고 있습니다. 이 기세라면 곧 양전에 성공할 것으로 보이는데, 과연 그는 양전에 성공할 수 있을까요?
5. 마치며
Erasmus의 이야기가 특별한 건 숫자의 크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대부분의 트레이더가 큰 손실 이후 사라지거나 무너지는 쪽을 택할 때, 그는 사이즈를 유지한 채로 마켓에 남아 있었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패닉에 비싸게 팔리는 NO"라는 하나의 프레임을 반복 적용하면서, 굵직한 한 방이 아니라 수백 건의 작은 승리로 200만 달러짜리 구멍을 거의 다 메워냈습니다. 포기하지 않은 채 꾸준히 반격해 온 이 폴붕이에게, 경의의 박수를 보냅니다. 과연 Erasmus는 대선 이후 1년 반 만에 공식적으로 PnL을 양전시킬 수 있을까요?
✍️ TL;DR
Erasmus는 2024년 7월 폴리마켓에 등장, 대선에서 해리스 쪽 포지션으로 한때 -200만 달러에 가까운 손실을 본 것으로 전해지는 트레이더입니다
현재 누적 거래량 1억 2,700만 달러, 포트폴리오 약 95만 달러, 참여 마켓 693개 규모로 운용 중입니다
누적 PnL은 Predictfolio 기준 -$55,431, Polymarket 기준 -$45,753로 양전 직전 수준까지 회복했습니다
주 전략은 이란 체제 붕괴, 텍사스 예비선거, 경기 침체, 유가 급락 등 "패닉에 비싸게 팔리는" 마켓에서 반대쪽을 잡는 것입니다
한 방이 아닌, 693개 마켓에서 굴린 1억 2,700만 달러 규모의 반복 거래가 200만 달러의 구멍을 메워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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