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3월 28일, UFC 시애틀 대회에서 역대급 해프닝이 벌어졌습니다. 30년 경력의 레전드 아나운서 브루스 버퍼(Bruce Buffer)가 판정승 결과를 읽다가 승자의 이름을 잘못 부른 겁니다.
사실 UFC만 보는 팬 입장에서는 "웃기고 황당한 실수" 정도로 넘어갈 수 있는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폴리마켓 트레이더들에게는 전혀 다른 밤이었습니다. 버퍼의 실수가 발표된 몇 초 사이, 11만 달러(약 1억 6천만 원) 이상을 잃은 트레이더들이 나왔고, 반대로 676달러(약 98만 원)로 6만 7천 달러(약 9,700만 원)를 벌어간 트레이더도 탄생했습니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요?
1. 마르친 티부라 vs 타이렐 포춘

이번 사건의 무대는 UFC 파이트 나이트 시애틀. 헤비급 8위 베테랑 마르친 티부라(Marcin Tybura)와 2주 전 대타로 올라온 UFC 데뷔 파이터 타이렐 포춘(Tyrell Fortune)의 대결이었습니다.
포춘에게는 이 경기가 특별한 의미를 갖고 있었습니다. 2012년, 대학 레슬링 시절 감량 과정에서 심정지가 와서 한 번 사망 선고를 받았다가 살아난 사람입니다. 그는 이후 "모든 게 끝났다가 다시 돌아왔다"고 당시를 회고한 바 있습니다. 벨라토어, PFL을 거쳐 10년 넘게 MMA 커리어를 이어온 끝에 마침내 UFC 옥타곤에 선 거죠. 이런 배경 스토리 덕분에 포춘을 응원하는 팬도 많았고, 대회 전부터 주목받는 경기 중 하나였습니다.
경기 자체는 포춘의 레슬링 압박과 컨트롤 타임이 돋보인 3라운드 풀타임 경기였습니다. 40세 베테랑 티부라는 사우스포 스트라이킹으로 버텼지만, 경기를 지켜본 팬들 다수는 포춘이 1~2라운드를 명확하게 가져갔다고 봤습니다. 3라운드만 놓고 보면 티부라에게 줄 수도 있었지만, 세 명의 심판 모두 포춘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스코어카드는 30-27, 29-28, 29-28. 만장일치 판정승이었습니다. 일부에서는 30-27이 너무 넓은 스코어 아니냐는 의견도 있었지만, 포춘의 승리 자체에 대한 이견은 거의 없었습니다.
문제는 이 결과가 발표되는 순간 벌어졌습니다.
2. "Ladies and gentlemen, I apologize for the mix-up"

경기가 끝나고 옥타곤 중앙에 선 브루스 버퍼가 스코어카드를 읽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버퍼의 입에서 나온 이름은 포춘이 아니라 티부라였습니다.
시애틀 관중석에서 야유가 쏟아졌습니다. 경기를 지켜본 사람들은 포춘이 이겼다는 걸 알고 있었거든요. 포춘은 "졌구나" 싶어 옥타곤을 빠져나갔습니다. 2주 만에 준비해서 올라온 데뷔전, 피니시도 못 잡았으니 자기가 부족했다고 스스로 납득해 버린 겁니다.
가슴이 무너졌어요. 2주 만에 들어와서 피니시도 못 잡았으니, 내가 부족했나 싶었습니다." , 타이렐 포춘
포춘은 이미 터널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그때 관계자들이 급히 그를 불러세웠습니다. 누군가 "3라운드 다 이겼다"고 알려줬지만, 머릿속이 멍해서 무시하고 계속 걸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는 승리했습니다. 단지, 버퍼가 스코어카드를 잘못 읽은 것이었죠. 이에 버퍼가 다시 마이크를 잡았습니다.
신사 숙녀 여러분, 방금 발표에 실수가 있었습니다. 정정하겠습니다.. 스코어는 29-28, 29-28, 30-27. 만장일치 판정으로 승자는... 타이렐 포춘!"
3. 이번 실수의 주인공, 브루스 버퍼는 누구일까?

그는 올해 68세로, 1996년 UFC 8 프리림에서 처음 아나운싱을 시작해 30년 넘게 UFC의 공식 옥타곤 아나운서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발표한 경기만 1,500회 이상, 메인 이벤트만 200회를 넘깁니다.
메인 이벤트 직전에 외치는 "It's time!"은 UFC 팬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는 시그니처 캐치프레이즈입니다. 옥타곤 한가운데서 180도 회전하며 선수를 소개하는 "Buffer 180" 역시 UFC 문화의 일부가 됐죠. 그는 현재 PPV 이벤트당 약 10만 달러(약 1억 4,500만 원)를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추정 순자산만 1,000만~1,400만 달러(약 145억~203억 원)에 달합니다.
다만 최근 2~3년 사이 이런 실수가 조금씩 눈에 띈다는 팬들의 목소리가 있습니다. 2024년, 2025년에도 각각 승자를 잘못 읽었다가 정정한 적이 있었거든요. 팬들 반응도 대부분 "이제 그의 나이가 충분히 많기도 하고, 인간이면 그럴 수 있다"는 분위기가 강합니다. 하지만 이번 실수가 폴리마켓이라는 변수와 만나면서,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4. 폴리마켓, 버퍼의 실수가 만든 100배

경기가 끝나고 버퍼가 티부라를 승자로 발표하는 순간, 폴리마켓에서는 가격이 순식간에 뒤집혔습니다.
티부라 Yes: 99¢까지 폭등 (거의 확정 취급)
포춘 Yes: 1¢까지 폭락 (사실상 포기)
"공식 발표가 났으니 티부라가 이겼다"고 판단한 트레이더들이 99¢ 근처에서 티부라에 대량 매수를 걸었습니다. 그런데 몇 초 뒤 정정 발표가 나왔고, 포춘이 진짜 승자로 확정되면서 포춘 Yes가 100¢로 정산됐습니다.
4-1: 676달러로 100배를 만든 트레이더

정정 발표가 나오기 전, 포춘 Yes가 1¢로 바닥을 찍던 그 짧은 순간에 67,608주를 매수한 트레이더가 있었습니다. 투입 금액 676달러(약 98만 원). 포춘 승리로 정산되면서 그대로 6만 7천 달러(약 9,800만 원)가 됐습니다. 약 100배 수익입니다.
경기를 직접 보면서 "포춘이 이기고 있다"는 걸 알았던 트레이더라면, 버퍼의 실수가 만들어낸 미스프라이싱을 즉시 포착할 수 있었을 겁니다. 반응 속도 하나가 이 정도의 차이를 만들어냈습니다.
4-2 11만 달러를 잃은 트레이더, praktor
반대로, 버퍼의 발표만 믿고 99¢에 티부라를 산 사람들은 전액 손실을 입었습니다. 그중 한 명은 10만 달러(약 1억 4,500만 원) 이상을 한 번에 투입했다가 전부 날린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6개월간 쌓아온 수익이 몇 초 만에 증발한 겁니다.

특히 주목할 만한 계정은 praktor입니다. 그는 1,570개 이상의 마켓에 참여해온 활발한 스포츠 트레이더로, 95% 이상의 안정적인 스포츠 마켓 위주로 차곡차곡 수익을 쌓아올린 전형적인 "꾸준한 수익형" 계정이었습니다. 이 사건이 발생하기 전까지, 누적 11만 달러라는 압도적인 성적을 기록해오고 있었죠.
praktor는 이번 마켓에서 티부라 99¢에 무려 111,433주를 매수했습니다. 99¢짜리 마켓이니 거의 확정이라고 판단한 거겠죠. 하지만 포춘 승리로 정산되면서 -$110,319(약 1억 6천만 원), -100%. 포트폴리오 가치는 $0.00이 됐습니다.
폴리마켓은 최종 공식 결과로 정산됩니다. 전통 스포츠북이었다면 이런 상황에서 void(무효) 처리가 됐을 수도 있지만, 폴리마켓에서는 실시간 미스프라이싱이 그대로 거래됩니다.
마치며
이런 사고가 생각보다 많이 발생하는 곳이 바로 "99% 마켓"입니다. 결과가 거의 확정적인 마켓, 99¢짜리 포지션은 가장 안전해 보이지만 기대수익률이 낮기 때문에 큰 금액을 넣어야 의미 있는 수익이 나옵니다. 그래서 한 번 뒤집히면 피해 규모가 클 수밖에 없습니다 🤔
스포츠 마켓에서 99¢대 포지션은 "거의 확실하다"는 이유로 큰 금액이 몰립니다. 하지만 아나운서의 실수 하나, 심판 판정 논란 하나가 짧은 시간 동안 시장을 뒤흔들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짧은 시간 안에 누군가는 100배를 벌고, 누군가는 6개월치 수익을 날립니다.
과연 다음 UFC 이벤트에서도 이런 해프닝이 재현될까요? 99마켓에 큰 금액을 넣고 있는 트레이더라면, 이번 사건을 한 번쯤 되새겨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발표 라이브 장면이 궁금하신 분들은 이 X 링크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 TL;DR
브루스 버퍼가 UFC 시애틀에서 승자를 잘못 발표, 이 몇 초의 혼란 사이에 폴리마켓에서 676달러 → 6만 7천 달러(100배 수익)가 발생
반대로 99¢에 매수한 트레이더들은 수만~수십만 달러 손실, 11만 달러 포트폴리오가 원점으로 돌아간 계정도 확인
99마켓은 안전해 보이지만 큰 금액이 집중되는 구조상, 이변 발생 시 피해 규모가 가장 큰 마켓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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