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이란 휴전 직전에 나타난 유령 지갑들을 다룬 적이 있습니다. 그때는 사건 하나였습니다. 이번에 나온 숫자는 규모가 다릅니다.
1. 3만 4천 건, 그리고 2억 달러

내부자 거래로 의심되는 특징을 보인 거래만 3만 4천 건이 걸러졌다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가 8월호에서 예측시장의 의심 거래 데이터를 통째로 들여다봤습니다. 예측시장 분석 업체 폴리사이츠(Polysights)가 내부자 거래로 의심되는 특징을 보인 거래를 걸러낸 목록으로, 집계 기간은 2025년 8월부터 2026년 6월까지입니다.
플래그된 거래: 3만 4천 건
이 중 2026년 상반기에만 약 2억 달러(약 2,780억 원) 규모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3만 4천 건이 곧 3만 4천 건의 위법 행위는 아닙니다. 어디까지나 "패턴이 수상하다"고 기계가 걸러낸 후보군이죠. 다만 그 후보군의 규모 자체가 이 판이 어디까지 왔는지를 보여줍니다.
2. 커뮤니티가 12월에 지목했고, 기소는 5월에 나왔다

뉴욕 연방법원. 예측시장 내부자 거래가 형사 사건으로 들어온 무대다
가장 선명한 사례는 구글 직원 건입니다.
구글의 스태프 정보보안 엔지니어 미켈레 스파뇰로(Michele Spagnuolo)는 지난 5월 27일 내부자 거래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혐의 내용은 "2025년 구글에서 가장 많이 검색된 인물" 마켓입니다. 그는 아직 공개되지 않은 사내 검색 데이터를 보고 정답이 가수 디포디(d4vd)라는 것을 미리 알았고, 그 마켓에서 100만 달러(약 14억 원)가 넘는 수익을 냈다는 것이 검찰 주장입니다.
여기서 눈여겨볼 대목은 시점입니다. 알파라쿤(AlphaRaccoon)이라는 그 계정을 처음 수상하다고 지목한 건 지난해 12월, 마켓을 지켜보던 이용자들이었습니다. 기소는 그로부터 다섯 달 뒤에 나왔습니다.
수상한 거래를 가장 먼저 알아본 쪽은 감독기관이 아니라 같은 판에 있던 사람들이었습니다.

기소는 커뮤니티가 그 계정을 지목한 지 다섯 달 뒤에 나왔다

구글 본사. 사내 검색 데이터가 마켓 정산의 정답지였다
3. 이란 협상 마켓에서도 같은 그림

미국과 이란의 핵 합의 마켓. 잠정 합의 보도 며칠 전 확률 6%대에서 대량 매집이 있었다
블룸버그가 짚은 또 다른 사례는 미국과 이란의 평화 협상 마켓입니다. 한 계정이 잠정 합의 소식이 나오기 며칠 전, 시장이 성사 가능성을 6%까지밖에 보지 않던 구간에서 예스 포지션을 대량으로 쌓았습니다.
지난 4월 이란 휴전 때와 구조가 같습니다. 확률이 바닥일 때 들어가서, 뉴스가 나온 뒤 정산을 받는 방식이죠. 다른 점은 이제 이런 사례가 하나씩 보고되는 게 아니라 데이터셋으로 묶여 나온다는 것입니다.
4. 규제 쪽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 본부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는 시장을 움직인 사건들과 연결된 원유 선물 쪽 내부자 거래 의혹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의원들은 유난히 앞서간 거래들에 대한 조사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 문제는 한 플랫폼만의 것이 아닙니다. 칼시를 포함해 예측시장 전반이 "일부 참여자가 남들보다 먼저 데이터를 본다"는 의심을 받고 있습니다.
예측시장 구조 자체가 이 문제를 키우는 면도 있습니다. 주식은 회사의 미래 가치를 사고팔지만, 예측시장은 특정 사실 하나의 정답을 사고팝니다. 그 정답을 며칠 먼저 아는 사람에게는 승률이 아니라 확정 수익이 됩니다.
5. 그리고 그 마켓은 지금도 열려 있다

올해 가장 많이 검색된 이름이 무엇인지가 곧 마켓의 정답지가 된다
기소를 낳은 검색어 마켓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2026년 구글 최다 검색 인물" 마켓이 지금도 열려 있고, 후보 대부분이 1~6%대에 몰려 있습니다. 여전히 정답을 먼저 볼 수 있는 자리에 앉은 사람이 어딘가에 있다는 뜻이기도 하죠.
12월이 되면 이 마켓도 정산됩니다. 그때 다시 누군가의 계정이 화제가 될지, 아니면 이번엔 미리 걸러질지가 이 판의 다음 시험대입니다.
✍️ TL;DR
블룸버그가 검토한 예측시장 의심 거래는 3만 4천 건, 2026년 상반기 플래그 물량만 약 2억 달러다. 위법 확정 건수가 아니라 후보군이다.
구글 엔지니어는 사내 검색 데이터로 검색어 마켓에서 100만 달러 넘게 벌어 기소됐는데, 그 계정을 먼저 지목한 건 다섯 달 앞선 커뮤니티였다.
기소를 부른 그 유형의 마켓은 지금도 열려 있고, 12월에 다시 정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