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월 3일 미국 중간선거까지 두 달이 남았습니다. 이 판에 걸린 돈은 350억 원이고, 시장은 하원 민주당 87.5%, 상원 민주당 51.5% 대 공화당 49.5%를 말하고 있습니다. 하원은 사실상 끝났다는 얘기고, 상원은 동전 던지기라는 얘기입니다.
이 숫자를 얼마나 믿어야 할까요. 마침 채점할 자료가 있습니다. 올해 상반기에만 세계 곳곳에서 선거가 열렸고, 결과는 이미 다 나왔습니다. 정산까지 끝난 선거 마켓은 이벤트 13건, 누적 거래액 4억 5,468만 달러(약 6,300억 원)입니다.
한 판씩 따라가 보겠습니다.
1. 🇻🇳 1월 베트남, 답이 이미 적혀 있던 시험지
1월 19일부터 닷새간 하노이에서 공산당 14차 전당대회가 열렸습니다. 당원 560만 명을 대표하는 대의원 1,586명이 모여 200명짜리 중앙위원회를 새로 뽑았고, 그 중앙위가 또 럼(68) 서기장의 연임을 만장일치로 결정했습니다. 2024년 응우옌 푸 쫑 사망으로 자리를 물려받은 지 18개월 만이었습니다.
넉 달 뒤인 4월 7일 국회는 또 럼을 국가주석으로, 레 민 흥을 총리로 인준했습니다. 세 자리를 두고 열린 마켓에 6,052만 달러(약 835억 원)가 걸렸습니다.
시장이 매긴 확률은 서기장 92.3%, 국가주석 96.7%, 총리 98.8%였습니다. 전부 맞았습니다. 다만 이건 선거라기보다 인준이라, 시장이 예측했다기보다는 이미 알려진 답을 옮겨 적은 쪽에 가깝습니다.
2. 🇵🇹 1~2월 포르투갈, 1위가 5위로 끝난 판

상반기 최대 마켓이었습니다. 1억 3,647만 달러(약 1,880억 원). 그리고 시장이 유일하게 크게 틀린 판이기도 합니다.
1차 투표를 여드레 앞둔 1월 10일, 시장이 매긴 당선 확률 순위는 이랬습니다.
1위 루이스 마르케스 멘데스(사회민주당) 35.4%
2위 안토니우 조제 세구루(사회당) 32.1%
3위 주앙 코트림 드 피게이레두(자유이니셔티브) 20.4%
4위 엔히크 고베이아 이 멜루 7.4%
5위 안드레 벤투라(셰가) 4.8%
1월 18일 개표가 끝난 뒤 순위는 이렇게 바뀌었습니다.
1위 세구루 31.1%
2위 벤투라 23.5%
3위 코트림 드 피게이레두 약 16%
4위 고베이아 이 멜루 12.3%
5위 마르케스 멘데스 11.3%
당선 확률과 득표율은 같은 단위가 아니니 숫자끼리 견줄 일은 아닙니다. 견줄 수 있는 건 순위입니다.
시장이 1위로 꼽은 후보가 5위로 끝났고, 5위로 본 후보가 결선에 올랐습니다. 마르케스 멘데스의 11.3%는 포르투갈 역사상 집권당이 지원한 대선 후보로서 가장 낮은 득표율이었습니다.

결선은 2월 8일에 열렸고 세구루가 66.7%로 이겼습니다. 시장은 결선 직전 세구루를 98.9%로 봤습니다. 이 숫자만 떼어놓고 보면 완벽한 예측입니다. 다만 그 98.9%는 1차 투표 결과가 나온 뒤에 매겨진 가격입니다. 어려운 문제는 1월 18일에 이미 끝나 있었습니다.
3. 🇨🇷 2월 코스타리카, 1차에서 끝낸 승부
2월 1일 코스타리카는 대통령과 의회 57석을 한꺼번에 뽑았습니다. 라우라 페르난데스가 48.53%를 얻어 결선 없이 끝냈습니다. 코스타리카는 40%만 넘기면 1차에서 확정되는데, 20명이 나온 판에서 그 문턱을 훌쩍 넘겼습니다.
페르난데스는 로드리고 차베스 현 대통령 밑에서 기획장관과 대통령실장을 지낸 인물입니다. 코스타리카의 두 번째 여성 대통령이고, 소속 정당은 의회 57석 중 31석을 가져갔습니다. 한 정당이 단독 과반을 잡은 건 1990년 이후 처음입니다.
마켓 규모는 436만 달러(약 60억 원)로 작았고, 시장은 투표 엿새 전 페르난데스를 90.5%로 봤습니다. 여론조사가 일찌감치 한 방향으로 굳어 있던 선거였습니다.
4. 🇨🇴 🇩🇰 3월 콜롬비아와 덴마크, 채점할 수 없던 두 판
3월 8일 콜롬비아 총선에서는 집권 역사적 조약이 하원 36석(20.63%)으로 1위에 올랐습니다. 상원에서도 25석으로 최대 세력이 됐지만 과반선인 55석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투표율은 50.62%였습니다.
재미있는 건 마켓이 1위가 아니라 "하원 3위가 어느 당이냐"에 걸렸다는 점입니다. 1,736만 달러(약 240억 원)가 오갔고, 답은 25석(11.18%)의 자유당이었습니다.
3월 24일 덴마크에서는 사회민주당이 21.85%, 38석을 얻었습니다. 2022년 50석에서 크게 줄었고, 120년 만의 최저 득표율이었습니다. 그런데도 총리는 바뀌지 않았습니다. 적록 블록이 84석으로 청색 블록 77석을 앞섰고, 세 차례 연립 협상 끝에 메테 프레데릭센이 6월 1일 소수 연립 정부를 꾸려 3선에 성공했습니다.
두 판 모두 시장은 정답을 맞혔습니다. 다만 콜롬비아 마켓은 4월 25일, 덴마크 마켓은 6월 4일에야 정산됐습니다. 투표일 이전 가격이 남아 있지 않아 채점 대상에서 뺐습니다. 특히 덴마크에서 시장이 답한 문제는 선거 결과가 아니라 열 주에 걸친 연립 협상의 결말이었습니다.
5. 🇭🇺 4월 헝가리, 16년이 끝난 밤

4월 12일, 투표율 80%에 육박한 헝가리 총선에서 페테르 마자르의 티서당이 53.6%를 얻었습니다. 빅토르 오르반의 피데스는 37.8%에 그쳤습니다. 의석은 199석 중 141석. 개헌선을 넘긴 압승이었고, 마자르가 받은 330만 표는 헝가리 정당이 받은 역대 최다입니다. 16년 만의 정권 교체였습니다.
마켓에는 1억 111만 달러(약 1,400억 원)가 걸렸습니다. 상반기 두 번째로 큰 판입니다.
시장은 투표 사흘 전 마자르를 68.5%, 오르반을 30.4%로 봤습니다. 방향은 맞혔지만, 결과가 개헌선을 넘긴 압승이었다는 걸 생각하면 오르반에게 30%는 후하게 남겨둔 셈입니다.
6. 🇮🇪 5월 아일랜드, 아홉 번을 센 표
5월 22일 더블린 센트럴 보궐선거는 상반기에서 가장 작지만 가장 오래 걸린 판이었습니다. 아일랜드의 단기이양식 투표는 당선자가 나올 때까지 표를 계속 옮겨 다시 세는데, 이 선거는 아홉 번째 개표까지 갔습니다.
사회민주당 대니얼 에니스가 1차 선호 4,903표로 앞서기 시작했고, 신페인의 재니스 보일런이 4,348표로 따라붙었습니다. 승부는 녹색당 표가 어디로 가느냐에 달려 있었는데, 녹색당 재닛 호너에게서 3,744표가 에니스 쪽으로 넘어가면서 최종 12,050 대 7,787로 갈렸습니다. 사회민주당이 한 선거구에서 의석 두 개를 가진 건 창당 이래 처음입니다.
마켓 규모는 468만 달러(약 65억 원). 시장은 투표 닷새 전 에니스를 69.5%로 봤습니다.
7. 🇵🇪 6월 페루, 5만 표 차이

후지모리는 10년 사이 페루의 아홉 번째 대통령이 됐다
6월 7일 결선에서 케이코 후지모리가 9,223,000표, 50.14%를 얻었습니다. 로베르토 산체스는 9,173,000표, 49.87%. 5만 표가 안 되는 차이였습니다.
후지모리에게는 네 번째 도전이었습니다. 2011년, 2016년, 2021년에 모두 결선에서 졌습니다. 알베르토 후지모리 전 대통령의 장녀로 1994년부터 6년간 퍼스트레이디를 맡았고, 2018년부터는 오데브레시 부패 사건에 연루돼 1년 넘게 미결 구금을 겪었습니다. 유죄 판결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그는 10년 사이 페루의 아홉 번째 대통령이 됐습니다.
마켓에는 1억 715만 달러(약 1,480억 원)가 걸렸습니다. 시장은 투표 하루 전 후지모리를 61.5%, 산체스를 38.5%로 봤습니다. 방향은 맞혔지만 실제로는 0.27%포인트 싸움이었습니다.
8. 아홉 판의 성적표
정산이 투표보다 한참 늦은 판은 투표 전 가격이 남지 않습니다. 콜롬비아, 덴마크, 페루 1차, 슬로베니아를 뺀 아홉 판이 채점 대상입니다.
선거 | 투표일 | 시장 1위 | 사전 확률 | 결과 |
|---|---|---|---|---|
베트남 서기장 | 1월 19일 | 또 럼 | 92.3% | 적중 |
포르투갈 대통령 1차 | 1월 18일 | 마르케스 멘데스 | 35.4% | 빗나감 |
코스타리카 대통령 | 2월 1일 | 페르난데스 | 90.5% | 적중 |
포르투갈 대통령 결선 | 2월 8일 | 세구루 | 98.9% | 적중 |
베트남 국가주석 | 4월 7일 | 또 럼 | 96.7% | 적중 |
베트남 총리 | 4월 7일 | 레 민 흥 | 98.8% | 적중 |
헝가리 총리 | 4월 12일 | 마자르 | 68.5% | 적중 |
아일랜드 보궐 | 5월 22일 | 에니스 | 69.5% | 적중 |
페루 대통령 결선 | 6월 7일 | 후지모리 | 61.5% | 적중 |
여덟 판 적중, 한 판 오답입니다. 그런데 적중한 여덟 판을 다시 보면 성격이 갈립니다.
90%를 넘긴 다섯 판은 베트남 세 자리와 코스타리카, 그리고 1차 결과가 나온 뒤의 포르투갈 결선입니다. 전부 답이 사실상 정해져 있던 문제였습니다. 어제 열린 독일 작센안할트 주의회 선거에서도 시장은 한 달 전에 98.2%를 매겼고 그대로 맞았습니다.
반대로 결과가 진짜 갈렸던 판에서는 확신이 눈에 띄게 낮아집니다. 헝가리 68.5%, 아일랜드 69.5%, 페루 61.5%. 그리고 시장이 35.4%까지 내려가 1위를 지목했던 포르투갈 1차에서는 그 1위가 5위로 끝났습니다.
9. 그래서 두 달 뒤 중간선거는
상반기 아홉 판이 남긴 결론은 단순합니다. 판이 이미 기울어 있으면 시장은 정확하고, 판이 진짜 갈리면 시장도 모릅니다. 그리고 시장은 자기가 모른다는 사실을 확률로 정직하게 표시합니다.
지금 중간선거 마켓이 그 두 얼굴을 동시에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원 다수당(1,017만 달러): 민주당 87.5%, 공화당 13.5%
상원 다수당(416만 달러): 민주당 51.5%, 공화당 49.5%
양원 구도(1,113만 달러): 민주당 상하원 석권 51.5%, 공화당 상원·민주당 하원 35.5%, 공화당 석권 11.5%
하원의 87.5%는 상반기에 시장이 잘 맞혔던 구간의 숫자입니다. 문제는 상원입니다. 51.5 대 49.5는 헝가리의 68.5%보다도, 페루의 61.5%보다도 낮습니다. 상반기 아홉 판을 통틀어 시장이 이만큼 모르겠다고 말한 판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 TL;DR
상반기 세계 선거 마켓 6,300억 원어치를 채점하니 아홉 판 중 여덟 판 적중. 유일한 오답이 1,880억 원짜리 최대 마켓이었다.
포르투갈 1차 여드레 전 시장 1위는 35.4%의 마르케스 멘데스였고 그는 11.3%로 5위에 그쳤다. 4.8%였던 벤투라가 결선에 올랐다.
중간선거 상원은 51.5 대 49.5다. 상반기 어느 선거에서도 시장이 이만큼 모르겠다고 말한 적은 없다.
📎 Sources
예측시장 2026년 상반기 선거 이벤트 13건, 마켓 300여 개 정산·거래 데이터
투표 전 확률은 정산 시점 기준 1일·1주·1개월 가격 변화량으로 복원, 투표일 이전 창만 채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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